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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 소설 전건우 고시원 기담flavor/Book 2020. 7. 17. 14:11반응형
고문 고시원 ( 사실 '공부의 문'이란 뜻을 지닌 공문이었으나 어느날 ㅇ자가 떨어져 나가버린 뒤 그러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 이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한국 스릴러 소설.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서 올라왔던 인터넷 게시물을 어렴풋하게 본 기억이 난다.
그 내용도 특이했거니와 '고시원 기담'이라는 책 제목도 인상 깊어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구독중인 리디셀렉트에 이 책이 올라와서 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었었다.
그리고 이번주 책이 되었다.
303호에 사는 홍은 4년넘게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어느 날 얇디얇은 벽 하나를 두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고, 그 후로 그와 마음이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벽 하나만 건너면 바로 옆에 있지만 얼굴을 보지 않은채 서로의 목소리만 들으며 대화를 나누던 어느날, 홍은 고시원 총무에게 옆 방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으며 오랫동안 쭉 비어있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316호는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깜이 살고 있다. 그는 어느날 자신이 일하는 피혁 공장의 가죽 세척 기계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초벌 손질을 끝낸 가죽들과 함께 가득 채워진 물과 화학약품 속에 빠진 후 깜은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313호 2년차 취준생 편은 99번째 면접에서 낙방 연락을 받은 후, 100번째 취업도전을 앞두고 있다. 써지지 않는 자소서를 뒤로한 채 머리를 식힐 겸 평소 그가 즐겨다니던 서점에 갔다 불량배들로부터 서점 주인을 구해준 뒤 그 보답으로 서점 주인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는 책방 주인 이전에 S 기업의 인사 담당자였다. 편은 그로부터 취업 무림 재패를 위한 자소서와 면접 수련에 들어간다.
311호 최씨는 '굿바이 스트레스'라는 곳에서 일한다. 이 곳은 손님들이 각종 둔기를 이용해 시설물을 때려 부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인데 vip 손님에게는 조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살인체험'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일반 요금의 두 배 정도를 더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직원을 지정한 뒤 구체적인 배역을 제시하고 상황과 흉기, 살해 방법을 정한다. 물론 진짜 흉기는 사용하지 않고, 진짜같은 가짜를 사용하지만 실제같은 상황을 연출함으로 고객들에게 만족도를 안겨준다.
최씨의 단골손님은 늘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이 새로운 살인방법을 제시하곤 했는데 이 상황이 가짜인 걸 알면서도 그 손님을 상대할 때때면 최씨는 알 수 없는 공포감과 섬뜩함을 느꼈는데
그러던 중 최씨는 자신의 단골손님이 찾아온 그 다음날이랑 그 상황과 똑같은 방식의 살인이 일어난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느날 또 그를 찾은 단골의 요구사항은 이러했다.
성별: 상관없음
나이: 상관없음
상황: 갑자기 불이 나서 복도로 뛰쳐나온 상태에서 칼에 찔림
흉기: 식칼
살해방법: 건물에 불을 지른 뒤 밖으로 나오는 사람을 한 명씩 칼로 찔러서 죽임
살인체험이 끝난 후, 그를 미행하던 최씨는 그가 휘발유 한통을 산 채 자신의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걸 발견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이 외에도 317호 사투소녀와 310호 뱀사나이,얼음장, 그리고 괴물, 304호 고양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편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쓰는 걸로 하고 ( 사실 사투소녀 편은 좀 재미가 없어서 휙휙 넘겼다. )
얼핏 목차만 보면 각각의 에피소드 같지만, 첫 홍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레이어드 되듯 이야기가 겹쳐저 이어져 나간다.
뭐 조금 황당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특히 매일죽는 남자편은 단편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뭘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이번 리뷰는 그냥 스포를 따로 안 써본다. 왠지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마지막 책 속의 문장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동선을 짜고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도 가끔 주방에서나, 화장실 앞에서나, 길고 좁은 복도에서나, 바람을 쐬러 올라간 옥상에서 누군가와 예기치 않게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유령이라도 본 듯 '헉' 하고 놀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나가는 조존재. 나도 고문 고시원에서 유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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